혼자 제주도 여행을 몇 번 왔었는데, 그 때마다 숙소비가 꽤나 부담이 됐다. 지난 번에는 에어비앤비에서 묵었는데 넓고 쾌적하고 편의성은 좋았지만 뭐랄까 갬성이 조금 부족하고 항공권보다 비싼 가격이라 부담이 되어 다음에는 게스트하우스 개인실이 있는 곳을 이용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여행이 떠나고싶어질 때마다 제주도 숙소를 검색해보곤 했는데, 인스타 알고리즘의 마법으로 낯가림이라는 곳을 알게됐다.
충동적으로 제주도 여행을 가볼까 생각하며 방이 있을지 문의 드렸었는데, 너무 날짜가 임박한 상황이다보니 두 번정도 방이 없기도 했고 급 제주도행은 다소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어 여행지를 변경했었다.
이번엔 친구의 결혼식이라는 좋은 명분 덕분에 두 달 전에 미리 낯가림을 예약하고 묵게 되었다.
공항에서 바로 오는 버스가 있어서 40분정도 걸려 도착했다. 길은 다소 찾기 어려울 수 있지만 사장님이 보내주신 안내 정보를 찬찬히 읽다보면 모든 내용이 다 들어있다. 그리고 건축과의 길찾기 촉 (=부심)으로 헤매지 않고 바로 갈 수 있었다.
아이스크림 가게와 선술이라는 바의 가운데에 낯가림으로 들어가는 길이 있고 오른쪽 문을 열고 들어가면 낯가림이다.
문에는 이런 사인물이 붙어있는데, 사장님께서 낯섦이라는 식당도 운영하고 계시다. 낯섦은 게스트 뿐만 아니라 일반 손님들도 예약하면 방문할 수 있다.
슬라이딩 도어를 열고 들어가면 요 장면이 나오는데, 게스트들이 도란도란 모여 저녁도 먹고 맥주도 마시는 그 테이블이었다. 방은 총 3개고 각각 1,2,3인룸이다. 나는 1인룸을 예약해서 왼쪽 복도에 있는 방이었다. 방 사진은 안찍었는데 2인이 잘 수 있는 크기의 침대와 화장대가 놓여있는 구성이다.
할머니 집에 온 것 같으면서도 깨알같이 힙한 디테일이 있다. 저녁즈음이 되니 게스트들이 대부분 모이게 되어 이야기도 나누다가 저녁식사 시간이 되어 낯섦을 예약한 다른 게스트분과 같이 이동했다. 낯섦은 낯가림에서 도보 5분 정도? 걸린다. 낯섦 리뷰는 다른 글에서 하기로.
첫 제주도 게스트하우스 경험은 재미있었다. 오랜시간 수다를 떨었고 다양한 고향, 직업, 낯가림 방문의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잠을 푹 자진 못했다. 감기가 채 떨어지지 않은 채로 간데다가 해가 갈 수록 잠자리가 바뀌면 편히 잠들기 어려워 자다깨다를 반복했다. 원래는 이틀을 예약했지만 이튿날에는 기침이 심해져 낯가림에 있다가는 민폐가 될 것 같고 컨디션 난조로 혼자 시간을 보내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공항 근처에 호텔을 예약했다. 비용은 이중으로 들지만 가장 중요한건 내 상태이니 좋은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건 좋은 에너지도 얻지만 나의 에너지도 많이 드는 일이기에 이틀 연속으로 여러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건 지금의 나에겐 쉽지 않다는 판단도ㅎㅎ
다음에는 봄에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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